호주에 도착한 다음 날, 기숙사 방안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나는, 생존을 위해 요리를 시작했다. 기숙사 근처 마트에서 그릇, 냄비를 비롯한 각종 식재료를 사고 길 건너 한인슈퍼에서 김치, 불고기 양념까지 사갖고 의기양양하게 기숙사로 돌아왔다.

밥솥은 없고, 전자렌지 용기로 밥을 짓기 시작....
밥물이 자꾸 흘러 넘쳐 전자렌지 안까지 졸지에 청소를 해야했다.

마트에서 사온 Diced Beef 는 말대로 주사위처럼 잘라놓은 쇠고기인데, 정말 멋 모르고 이걸 샀다.
맛있어 보이길래 사왔는데, 불고기 양념을 해서 후라이팬이 구워내 보니, 그럴싸하긴 했지만.
너.무. 두꺼웠다.

전자렌지로 처음 해본 밥은 생생한 날쌀이고,
불고기는 너무 질겨서 한 참을 씹어도 삼킬 수가 없었다.

기숙사 부엌에 혼자 앉아, 호주 와서 처음 시작한 생존요리는 질기고 딱딱해서 턱이 아플 지경이었다. 신세 처량한 생각에 집 생각도 나고, '원래 처음엔 다 이런거야'라면서 혼자 응원을 하고 있었다.
김치로 대충 떼운 저녁, 내일은 뭔가 먹을만한 음식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

생존을 위해 시작한 요리가 어떻게 변해 갔는지, 여기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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