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에는 연애시절부터 꼭 가보자고 하고 못가본 단팥죽 가게가 하나 있다.
아내는 팥이 들어간 음식은 안흥찐빵이건 단팥죽이건 뭐든 좋아하는 편이라서, 우리가 꼭 점령해야 할 가게였다.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

언제나 삼청동에 있는 이 가게 앞은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우리가 찾은 그 날도 어김 없이 가게 앞에 줄을 서야 했지만, 생각 외로 줄은 금방 금방 줄어 들더라.

내 요리의 먼 기원을 찾아 올라가면.......
국민학교 6학년 실과 시간에 조별로 요리 실습을 하면서 만들었던 단팥죽이 최초의 요리라고 볼 수 있다.
그때야, 뭐 여자애들이 시키는대로 팥죽에 넣을 경단이나 만들고 어떻게 팥죽이 만들어 졌는지 잘 기억도 안나지만, 맛은 훌륭했다.

아무튼, 가게 앞에서 서서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이 먹는 걸 구경하며, 뭘 주문할지 고민하기도 전에 우리 차례가 되었다.

가게는 팥죽을 먹는 손님들로 가득했고, 단팥죽만 파는 줄 알았는데, 다른 한방차 같은 것도 같이 팔고 있었다. 우리는 이 가게의 명물인 단팥죽 하나와 우리 나이를 생각해서 십전대보탕을 주문했다. ^^

단팥죽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렇게 많이 달지도 않고 딱 적당한 달달함.
바로 옆에 단팥죽을 만드는 작업장(?)이 있어서, 커다란 솥단지에 단팥죽을 가게안으로 나르는 광경도 볼 수 있었고, 십전대보탕도 편강과 같이 먹으니 달콤 쌉싸름한 것이 따뜻한 기운이 돌아 좋았다.

우리가 꼭 같이 와보자고 한 곳에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찾아와서 그런지, 마침내 이 가게를 점령하게 되었다는 뭔지 뭐를 뿌듯함....

계산할 때 보니, 포장도 되는거 같더라.

단팥죽도 빨리 나오고, 단팥죽이란게 먹는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서, 금방들 먹고 나가게 되는거 같았다.

혹시라도 삼청동의 서울서 둘째로 잘하는 집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잠깐만 기다리면 금방 자리가 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호주에는 쵸코렛 전문점이 이런 단팥죽 가게랑 달달함과 따스함이 비슷하다고 할까?
따뜻하게 데운 쵸코렛을 마시는 호주의 가게들처럼, 이 단팥죽 가게도 충분히 경쟁력 있어 보였다.
다음에 외국친구들이 오면 꼭 삼청동 단팥죽 가게로 데리고 와야 겠다.


+ Recent posts